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간들이 있었다
생활고는 단순히 통장의 숫자만을 말하지 않았다.
그건 존재 전체를 무력하게 만드는 일,
말을 걸어오는 아이의 목소리에도
정말로 웃어주기가 어려운 그런 날들이었다.
눈을 떴다는 이유로 하루가 시작되고,
숨을 쉬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걸 견뎌야 하는 현실이
견디기 힘들만큼 무서웠고 두려웠고 희망이 없었다.
그때,
나를 붙잡아준 건 거창한 희망도 아니고 누군가의 조언도 아니었다.
단지 책상 위 노트 한 권과 손에 쥔 펜 한 자루,
그리고 따라 쓰는 문장 하나였다.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조용히 펜을 들고 남이 쓴 글을 따라 썼다.
한때 정말 미친듯이 필사만 했다 한달에 한권씩 필사를
해대던 날들이 있었다.
누군가의 문장을 따라 적으면서
나는 내가 아직 여기 있음을 매일 조금씩 확인했다.
그렇게 필사는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준 하루의 버팀목이 되었다.
“읽는 것보다, 따라 쓰는 것이 더 오래 남는다”
처음엔 그저 함께 필사하기로 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글자가 아닌 내 마음을 옮겨 적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리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따라 쓰는 사이에 혼란스러웠던 생각과 감정들이 조금씩 정리됐다.
필사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 마음에 말을 걸어주는 조용한 행위였다.
📌 매일 필사하며 적었던 것들
- 오늘 읽은 책의 문장 한 줄
- 나를 위로해준 에세이 속 짧은 단락
- 시처럼 곱씹게 되는 표현
- 스티브 잡스의 연설, 법륜 스님의 말, 오래된 일기장
종이 위에 따라 쓰는 글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으로 나를 위로하고 이끌어주었다.
🧠 그리고 이 작은 필사가 나를 어떻게 바꿨냐면요
- 감정이 흐트러진 날도, 글 한 줄 따라 쓰면 마음이 고요해졌고
- 지치고 방향을 잃은 날엔, 누군가 쓴 문장이 내게 지도를 건네줬고
- 무력했던 하루가, 필사 덕분에 ‘기억하고 싶은 하루’로 바뀌었다
- 책읽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지금은 통필사는 하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하루들을 살아가고 있고,
답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책상 위에서 펜을 드는 이 습관 하나 덕분에
나는 매일 다시 나를 만나고 있다.
필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기도’이자,
내 안을 비추는 ‘거울’이자,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길’이다.
지금까지 필사했던 책들을 보니 지금의 힘듦은 또 지나가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필사했던 도서목록이다.
대부분 글자하나 빼지 않고 통필사하였다.
- 톨스토이 이반일리치의 죽음 : 강력추천 이책을 필사하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 니콜라이 고골 외투
- 김애란 소설 칼자국
- 조성희 뜨겁게 나를 응원한다
- 조성희 뜨겁게 나를 응원한다
- 공자 논어 : 강력추천
- 헤르만 헤세 잠언집 내가 되어가는 순간 : 강력추천
- 박완서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불경 금강경
- 성경 필사중
- 스티븐잡스 연설문 : 강력추천
- 명심보감
필사했던 책들이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25년의 다짐들이 계획들이 잘 되어가고 있지 않은 지금
다시한번 나를 돌아보며 힘듦을 이길 수 있었던 필사의 힘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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